2017년 6월 21일 수요일

조화를 흉내낸 생화



요즘 만들어지는 가짜꽃(조화)은 진짜꽃(생화)과 구별하기 힘들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쩔때는 그 꽃의 화려함에 도취되어 나도 모르게 향기를 맡으려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향기를 맡으려 가까이 다가가면 금방 조화임을 알아차린다.
그 때는 속았다는 배신감 보다는 내가 착각할 정도로 생화를 흉내 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우연히 길가에 설치된 조경용 대형 화분에서 마치 조화처럼 핀 꽃을 보았다.
이 꽃은 5장의 꽃잎을 가지고 있는데 2개는 진보라색이고, 3개는 흰색 꽃잎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꽃 중앙에는 마치 팬으로 꽃 잎에 장난을 친 것처럼 고양이 수염이 그려져 있고, 흰색 꽃 잎 한쪽에는 2장의 진보라 꽃잎에 색칠을 하다가 실수로 물감을 흘린 듯 진보라 점박이가 있다.

처음 봤을 때는 조화를 화분에 심어놓은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생화였다.
보통의 경우 조화를 생화로 착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생화를 조화로 착각하기는 처음이었다.

식물의 꽃은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여 자신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진화하였다. 그래서 눈에 잘띄는 화려한 색깔과 꿀이라는 선물까지 선사하면서 벌이나 나비를 유혹한다.
그런데 생화를 조화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저 꽃은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서 진화한 것처럼 느껴졌다.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저 꽃은 관상용으로 사람들이 개량한 팬지 꽃이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게되는 팬지 꽃은 더 이상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고 있지 않았다.
사람을 유혹하고, 사람에 의해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어느 순간 팬지 꽃을 대체할 그 무엇이 생겨서 팬지 꽃이 더 이상 사람을 유혹하지 못한다면 팬지 꽃은 멸종될 것이다.

사람들이 팬지 꽃을 사람중심으로 바꾸어 가는 것이 팬지 꽃에게는 종의 멸종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름다운 팬지 꽃을 보면서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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