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4일 일요일

발 밑을 조심해! 내가 있단 말야!




아파트 화단에 자라난 아주 작은 들꽃을 보았다.
누구나 어렸을 적 한번쯤 그렸을 것 같은 모양의 꽃이 3개가 피어있었다.
이 작은 꽃들은 연약한 줄기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이리저리 마구 흔들렸다.
혹시라도 나비가 꽃잎에 앉기라도 한다면 줄기는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내려 앉을 것이다.
나비가 꿀을 가져가려 길다란 주둥이로 어린 들꽃을 괴롭히는 것을 상상하니 그 연약함이 더욱 아타깝게 다가왔다.

이 꽃을 발견한 이후로 난 내딪는 발걸음 하나도 조심하게 되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아파트 화단으로 들어 갈때는 항상 발밑을 살피게 되었다.
혹시라도 저렇게 귀여운 아기 들꽃을 밟기라도 할까봐서!

아기 들꽃은 내게 고개숙여 내딪는 발걸음을 살펴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삶을 겸손하게 살아가라고 조용히 나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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