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가 종이에 손을 베였다.
종이의 단면은 면도날처럼 얇으면서도 날카롭다.
종이에 손이 베이면 순간적으로 섬뜩함이 느껴진다. 등골이 오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칼에 베이는 것보다 종이에 베이는 것을 더 싫어하나 보다.
종이에 베이면 이런 섬뜩함에 베인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부여잡고 고통이 사라지기를 아픔이 사라지기를 한참을 기다린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부여잡은 손을 놓고 베인 곳을 바라본다.
그러면 민망하게도 베인 살은 어느새 붙어있고 빨간색 줄 하나만 베인 곳을 표시라도 하듯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베인 손가락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찌릿찌릿 미세한 아픔으로 베인 순간의 섬뜩함을 상기시켜 준다.
어느 때부터 인가 나는 시가 쓰고 싶어졌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대학교 2학년 때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오래 전부터 시라는 것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오래전에 가졌던 욕구를 지금에서 풀어내 보려한다.
누군가에겐 잔잔한 감동을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또 누군가에게는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시를 써보려 한다.